민주당, 꼼수 부리려다 폭 망한다
한국정치 볼 만하다. 품격은 내다 버린지 오래고, 조롱과 비아냥이 난무한다. 민주당이 입법독주를 이어가면 대통령은 연이어 거부권을 날리고 국민의힘은 좋다고 박수를 친다. 국민의힘이 법안을 만들면 이번엔 민주당이 걷어찬다. '국정 올스톱'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보는 '극한 대치,' '국회 파행'은 '국민 불행'이다. 국민은 내년 총선에서 양 당을 심판하고 싶다.
이건희 회장은 "한국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게 1995년이다. 지금은 어떠한가. 기업은 '글로벌 1류'가 됐다. 정치는 몇 류인가. 국회의원들을 선거가 아닌 제비뽑기로 뽑아도 이보다는 낫지 않을까 의구심이 들 정도다.
핵심은 의사 결정 과정: 거대 양당 구조를 탄핵해야
한국정치의 후진성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어왔지만 복잡할 것 없이 하나만 놓고 보자. 우리나라는 경제가 정치보다 훨씬 발달했다. 이 둘을 가르는 핵심은 의사 결정 과정이다.
기업은 이사회가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데 상법에 따르면 이사가 두 명이면 이사회가 성립할 수 없다. 만약 3인 이사회에서 1인이 그만두면 이사회 권한은 주주총회로 넘어간다. 그런데 지금 한국정치는 '두 이사의 피 터지는 싸움' 때문에 멈춰버린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정치엔 '주주총회'가 없다. 두 당 중 한 당이 거부하면 상임위는 열리지 않는다.
지금의 극단적 대립과 국회 파행은 국민의 눈은 아랑곳 하지 않고 '적대적 공생'을 즐기고 있는 기득권 거대 양당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2인 이사회'를 용인하며 이 시스템에 의지해온 국민들에겐 엄청난 피해다. 이게 다 비용이다. 맨날 파행인데 월급은 다 받아간다. 국민은 더 힘들어지고.
우리 국민은 참 불쌍하다. 두 전임 대통령이 구속되는 충격을 감내해야 했고 문재인, 윤석열 정부에 대한 연이은 실망감도 삼켜야 했다. 그런데 국회의원들마저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길 거부한다. 야당인 민주당 책임도 매우 크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하겠다던 개혁은 모조리 실패했다. 정권 뺏기고 나서야 꼼수탈당까지 감행하며 검수완박 밀어붙인 후부터 국회 파행은 일상이 됐다.
지금 국회를 점거하고 있는 두 정치집단의 횡포를 끝내려면 제3당이든 제3지대든 다당제든 저 두 당의 횡포를 멈춰 세워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정상화된다. 국민의 힘이 고집하는 병립형 비례 선거제는 지역구도 먹고 비례도 먹겠다는 심보 외엔 다른 어떤 선의도 없다. 지금의 극한 대치와 파행을 바로잡을 생각이 1도 없다는 것이다.
국민이냐, 권력이냐?
민주당 내에서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병립형 비례제가 맞서고 있다. 이재명 대표는 과거 대선 후보 때, 전당대회 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연이어 약속했음에도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며 이를 번복할 명분을 찾는 듯하다. 간단하다. 연동형과 병립형의 대치는 '국회 정상화'파와 '권력을 내 손아귀에'파의 대결이다. 단언컨대 권력만 쫓는 자들의 머릿속에 국민과 민생은 보이지 않는다.
지금의 양 당 구조에선 한쪽이 파행을 작심하면 그것으로 끝이다. 또 다수 의석이라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그 후과가 너무 크다. 민주당이 검수완박 밀어붙인 이후 국회는 엉망이 돼버렸다. 현재의 300석 구조에서 20석 넘는 3당이 생기거나 소수 정당들이 30석 이상 차지하면 한 당이 과반을 차지하기 어렵다.
그렇게 되면 기존 양 당도 연합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국회가 돌아간다. 그들이 국민을 우선한다면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과거 신민주공화당, 자민련, 국민의당 등 3당 또는 4당 체제였을 때 지금보다 입법이 훨씬 순조로웠고 협상과 양보가 있었다. 기존 양 당의 독과점체제가 굳어진 지금 국회 정상화를 위해서는 비례정당의 원내 진입이 필수다.
국민은 누구를 심판할까?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연동형 비례제로 가면 20~30석을 잃을 것이기 때문에 병립형으로 가야한다고 주장한다. 이 사람들은 '20년 집권,' '50년 집권'을 떠들던 자신들이 왜 국민으로부터 연이어 세 번이나 버림받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는 자들이다. 국민은 무능한 기득권 집단일 뿐 아니라 스스로 국민과의 약속을 헌신짝 내던지듯 하는 민주당을 심판한 것이다.
국민이 180석이라는 어마어마한 권력을 줬더니 개혁에 모조리 실패했을 뿐 아니라 어처구니 없게도 자신이 고용한 칼잡이에게 권력을 빼앗긴 자들이다. 개혁도 꼼수로 하는 집단이다. 그런데 다음 총선에서 또 자신의 손아귀에 권력을 쥐어야겠다고 저러고 있다. 권력 쥐어줬더니 있던 권력도 빼앗겼는데 다음에 또 이기면 없는 살림에 뭘 또 빼앗길지 궁금하지 아니할 수 없다.
간단하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 만들든지 말든지 민주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위성정당 안 만든다는 선언을 해야 한다. 대신 국민에게 "우리가 국회정상화 위해 비례 양보할 테니 지역구를 선택해달라"고 호소하면 된다. 수도권은 2~3% 차이로 결정 나는 지역구가 부지기수다. 또다시 약속을 깨고 꼼수로 정치를 하면 그런 지역구들에서 민주당은 심판 당한다. "원칙 있는 패배를 합시다"던 노무현이 기어이 대통령에 올랐다.
민주당은 국민 보고 정치를 했으면 한다. 한동훈 장관, 김건희 여사 꽁무니 쫓아다니지 말고. 그리고 탄핵 떠들 시간에 민생을 살폈으면 한다. 탄핵은 국민이 한다.
2023. 12. 6 프레시안 기사, 정희준 문화연대 집행위원(uppercutrules@gmail.com)의 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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