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시린 이유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 새벽 장터 화톳불가에 둘러서서 언 손 호호 불며 마시는 따스한 커피 내음 속에는 결코 시린 겨울이 있을수 없다 바닥 넓이에 따라 사람을 가늠질하는 성냥갑 닮은 집의 따스한 거실 소파에 앉아 지난 달에 이사 온 아래층 사람도 아침마다 문 앞에서 만나는 앞 집 사람도 서로가 성도 이름도 모른채 스치며 지나가는 그네들의 겨울이 시릴뿐이다 새끼줄에 구멍탄 한장 끼워 들고 돌가루 푸대 종이 봉투에는 쌀 한줌 담아 새벽길에 끝집 할먼네 문간에 놓아 주던 벙어리 장갑 낀 신문배달 소년의 겨울은 하나도 시리지 않았다. 다만 그의 코밑에 피어 있는 백만송이 장미보다 더 예쁜 새하얀 겨울 꽃이 눈에 부실뿐... 찹쌀 떠~억을 외치며 매밀 무~욱을 소리치며 해 저문지 오래된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