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대전을 떠나지 못하는 돌까마귀

돌까마귀 2022. 7. 16. 12:40

나 어릴 적 고향에서는

나 어릴 적 고향 뒷산은 우리들의 놀이터

소학교도 가기 전에 형들 따라 오른 산은

산봉우리 골짜기마다 장난감 천지였지

 

해골바가지 널 부러진 낙엽 속을 헤집으면

양손에 한 움큼씩 M1총알도 주었었고

재수가 좋은날에는 기관총알 한 박스

 

벼 베어낸 논바닥에 탄띠 둘러 꽂아놓고

볏짚 덮어 불 부치면 벼락 천둥 콩 볶음 소리

내일 오는 엿장수는 지개 비우고 웃음 질 터

 

 

물밀듯 밀려오는 인민군을 막으려고

낙동강 방어선 차린 우리의 국방군은

유학산 산줄기를 목숨 걸고 지켰으니

 

널린 게 탄피요 잡히는 게 해골바가지

위험한 줄도 모르고 온산을 내 달리니

이름하여 까치까막 작오산(雀烏山)이라 하였더라

 

논배미 물꼬를 닫고 한가득 물 담으면

엄동설한 찬바람에 얼음판이 펼쳐지고

씨갯또(어름판 썰매) 아랫날은 탄통 뚜껑이 재격이라

 

다 자라 돌이켜 보니 눈앞이 아찔해도

고향 뒷산 쏘다닌 기억은 또렷하게 남아있고

그 시절로 다시 못가도 옛 추억은 새록새록

 

 

나 늙어서 대전에서는

나 늙어서 대전에 살며 충청도가 좋은 것은

한밭 벌을 가로질러 물줄기가 흘러가고

언저리를 한 바퀴 돌며 산줄기가 뻗어가니

 

둘러보니 둘레산길 올라 보니 시경계라

버스 타고 30분이면 어느 곳이나 갈수 있어

하릴없는 두 팔 다리로 걷고 넘길 사십여 년

 

새봄에는 진달 철쭉 여름에는 청청 녹음

가을에는 삼색 단풍 겨울에는 눈꽃이라

계절 맞춰 오르려 하니 사십 년이 부족하다

 

 

장수 진안 무주 영동 금산 옥천 함께 품고

형각진 여울에서 청주 보은 모여드니

이름하여 대청호라 청풍명월 보배로다

 

둘러앉은 봉우리마다 남아있는 산성들은

신라 백제 땅따먹기 아픈 사연 간직하고

성 돌에 낀 이끼들은 가는 세월 애타 한다

 

마을마다 효녀열부 골짝마다 충신이요

고귀한 학풍은 오랜 세월 불변이라

받들고 본받지 않을 이 하나라도 있을 손가

 

 

2008. 12. 18 한해를 보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