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秋來心豊饒 思越冬春窮 / 찐쌀

돌까마귀 2022. 7. 16. 12:26

추래 심풍요 하나 사월 동춘궁이라

가을이 오니 마음은 넉넉하나 한켠 생각하니 겨울넘어 보리고개가.....

 

찐  쌀

들판에 누렇게 익어가든 나락은

이미 바닥난 보리쌀 대신

체 영글기전에 '도구' 친다는 핑개로 베어져

'소죽 가마솥'에 목아지 잘라 처 넣인다

 

뒷산 비얄에서 베온 푸성귀가

늦여름 땡볕에 희나리 되어

귀퉁이 깨어진 소죽 솥 아궁이에 불 지피면

덜 영글은 나락 알갱이는 노오랗게 익어간다

 

외양간 한켠의 디딜방아 돌확은

덜익은 나락이 가마솥에 쪄진줄도 모르고

'아그빠리' 떡 벌려 한 입 가득 받아 물고

덩더궁 덩더궁 방앗고를 기다리니

 

철없는 아해는 고소한 찐쌀 생각에

옆에서 눈길주는 누이 맘도 모르고

신바람 나서 방아다리 밟아대고

키를 든 어매 손은 잠자리 날개처럼 떨린다

 

제때 거둬 타작하면 소출이 얼마인데

여덟식구 밥 굶길라 밤새걱정 하시드니

아배는 '물꼬' 트고 낫질을 하시었고

어매는 이삭 목아지 짜르며 한숨을 쉬시었다

 

배방골 '고논'은 갈라먹기 논이고

만치골 '봉답논' 소출은 장래빛 갚아야하고

목얄비얄 가랭이논은 공출되야 하는것을

자식놈들 배 굶길라 미리베어 삶을래라

 

'철 사태' 두른 쌀독 바닥에 깔린

겨우 두어 됫박뿐인 누런 찐쌀

어매 몰래 한웅큼 꺼내 고무줄 바지 봉창에 넣고

가을 들녘 가로질러 학교가며 씹든 맛이

그리도 고소 했건만

철들고 생각하니 쓰다못해 목이 매인다

 

2008.9.18

가수원 갑천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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