찢어지는 아픔도 참아가며
마지막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저 고목은
갈라터진 손등을 치마폭에 감추고
멀어저 가는 자식놈 그림자가
동구밖 언덕베기 돌무더기 뒤로 가릴때 까지
아렛입술 깨물며 눈물을 삼키던
어메를 닮었다
삶은 보리쌀 밑자리 깐 가마솥에
바닥 들어낸 쌀독을 긁어
정성스레 씻어 한 가운데 놓고
청솔가지 메운연기 후후불어 지은 밥을
면경알 처럼 번쩍이는 놋식기에 담아내고
장독대 한가운데 소금독에 심어놨던
굴비 한 손 석쇠에 가지런히 하고
빠알간 아궁이 솔가지 숯불에 구어
삼년을 못보고 지낼 자식놈 상위에 올리시든
그 어메를 닮었다
첫 휴가 오든날
사립문 소리에 버선발로 반겨주던
그어메의 손등은 여전히 터져 있었고
보름 동안 곁에 머물며 쇠잔해 가는 어메가 안쓰러워
군화끈 조이며 울먹이기도 했었지만
동동구리모 하나 못사드린
못난자식 등 두드려 주시든 손
그 손을 닮었다
일석점호 마치고 나눠주든
몽당연필로 시멘푸대 종이에 쓴 어메의 편지속에서도
부쳐 준 고추장 단지에 켜켜히 심어 놓은
짭짤하며 맛깔나던 깻잎과 풋고추를 씹을 때
눈앞에 아른거리든 그 손을 닮었다
마지막 가시든 날
등 터진 그 손을 부여 잡고 애원하든
그 손을 닮었다
세월이 흘러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 손을 닮었다
2008.9.17 원안영 버드내 둑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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