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까마귀(石烏) 창작글 모음

고목(古木) / 울 어매

돌까마귀 2022. 7. 16. 11:59

찢어지는 아픔도 참아가며

마지막 생명의 끈을 이어가는 저 고목은

갈라터진 손등을 치마폭에 감추고

멀어저 가는 자식놈 그림자가

동구밖 언덕베기 돌무더기 뒤로 가릴때 까지

아렛입술 깨물며 눈물을 삼키던

어메를 닮었다

삶은 보리쌀 밑자리 깐 가마솥에

바닥 들어낸 쌀독을 긁어

 정성스레 씻어 한 가운데 놓고

청솔가지 메운연기 후후불어 지은 밥을

면경알 처럼 번쩍이는 놋식기에 담아내고

장독대 한가운데 소금독에 심어놨던

굴비 한 손 석쇠에 가지런히 하고

빠알간 아궁이 솔가지 숯불에 구어

삼년을 못보고 지낼 자식놈 상위에 올리시든

그 어메를 닮었다          

첫 휴가 오든날

사립문 소리에 버선발로 반겨주던

그어메의 손등은 여전히 터져 있었고

보름 동안 곁에 머물며 쇠잔해 가는 어메가 안쓰러워

군화끈 조이며 울먹이기도 했었지만

동동구리모 하나 못사드린

못난자식 등 두드려 주시든 손

그 손을 닮었다

일석점호 마치고 나눠주든

몽당연필로 시멘푸대 종이에 쓴 어메의 편지속에서도

 

부쳐 준 고추장 단지에 켜켜히 심어 놓은

짭짤하며 맛깔나던 깻잎과 풋고추를 씹을 때

눈앞에 아른거리든 그 손을 닮었다

 

마지막 가시든 날

등 터진 그 손을 부여 잡고 애원하든

그 손을 닮었다

 

세월이 흘러도 눈앞에 아른거리는

그 손을 닮었다

 

 

2008.9.17  원안영 버드내 둑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