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신년 유월 열이레날 한밭땅 보문산 자락
소라티길 보림사 옆에서 산통을 시작한 너
대흥동 대전여중 옆에서 첫울음을 터트렸었지
앙증맞은 발걸음으로 동네아희들 따라오른 보문산 전망대
돌아오지 않은 너를 찾아 허겁대길 왠종일
낯모를 가게집에서 뛰어놀고 있는 너를 찾았을땐
한숨마저 목구멍에서 잠들었었지
어린이집과 초등학교를 다닐무렵의 애교쟁이가
중고생이 되드니만 새침때기가 되고
대학생이 되어서는 알뜰 깍쟁이가 되었었지
무능한 애비의 힘을 덜려고
아르바이트에 휴학까지 하면서도
장학금까지 받아가면서 마친 대학생활
남들이 부러워하는 취업도 단숨에 해결하였었지
이제 스무아흘해 동안 큰울타리 되지못한
못난애비 품떠나 남의집 며느리 되는날
이 애비 바라는건 단하나
시어른 공경하고 형제간에 우애좋아
단란한 신접살림 알콩달콩 행복하길 손모아 빌뿐
더이상 바라지 못하고 더이상 해주지 못하는
애비마음은 고만고만 하고나
부디 행복하거라
부디 건강하거라
부디 화목하거라
2009.10.10
딸아이를 여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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